지금이야 일본어 강사도 해 보고 일본인과 결혼해서 일본에서 살고 있고 일본어관련 유튜브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, 일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사실 나는 일본이나 일본어에 큰 관심이 없었다.
나는 예전부터 미국 헤비메탈을 좋아했고 헐리우드 영화를 즐겨보았으며 지금도 그러하다. 일본 애니나 드라마는 뭔가 좀 오글거리고 나랑 안맞아서 거의 보지 않는다.
그런 내가 갑자기 쳐다도 보지 않던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맘을 먹게 되었다.
그 계기는 대학시절 교환학생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이다. 살면서 한 번쯤은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줄곳 생각해 왔었던 나에게 교환학생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.
알아보니 내가 다니던 학교가 여러 나라의 대학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었다. 어느 나라로 가는게 좋을까...
잠시 고민하는 척 했지만 역시 미국이 단연 1순위, 2순위가 유럽이었다.
그래 이참에 미국물 한 번 먹어보러 가자.
그렇게 맘 먹고 지원자격 등을 살펴보는데, 그제서야 현실적인 문제들이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. 가장 큰 문제는 교환학생을 가는데도 돈이 필요한 것이었다.
외국을 나가는데 교환학생이 상대적으로 돈이 적게드는 방법이긴 했지만, 당시 나의 재정상태는 교환학생에 설령 합격한다 하더라도 미국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. 그래서 나는 장학금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일본이 눈에 들어왔다.
일본은 자쏘 (JASSO) 장학금이라고 교환학생도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제도가 있었다. 물론 누구에게나 다 주는 것은 아니기에 내가 된다는 보장 같은 건 없었다. 그래도 당시 내 상황에서는 단 0.1퍼센트라도 가능성이 있는 일본쪽을 노리는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. 그렇게 나는 일본 쪽 교환학생을 노리기로 결심을 하고 히라가나를 외우기 시작했다.
당시엔 몰랐다. 이 선택이 내 삶에 이렇게나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줄은 말이다. 그 때 일본이 아니라 처음부터 원했었던 미국 교환학생을 준비했더라면 삶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고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한다.